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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 2005/04/18 20:10, Life]
나는 'glekang'이라는 세계 유일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다. 닉네임으로서도 '글강'은 매우 레어하다 못해 거의 유니크하다.

덕분에 인터넷 세상을 활보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glekang'이라는 아이디는 '아이디 중복 체크'에서 걸려본 적이 한번도 없고, '글강'이라는 닉네임은 딱 한번 걸려봤다. (세이클럽에서... 중2짜리 여자애가 '글강'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더라... 안타까웠던 한순간 -_-)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아이디와 닉네임을 쓰고 있다보니... 가끔 사람들이 묻곤 한다.




글강이 무슨 뜻인가요?


검색 사이트에서 '글강'으로 검색해보면 나오는 것이... 금강산에 있다는 '글강봄맞이꽃', 혹은 '경신년 글강 외우듯'이라는 속담이다.

물론 이 두가지 뜻과 내 닉네임 '글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뭐...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이 초등학교 3학년때... 1987년이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SPC-1000이었다.

테이프 로더가 기본 장착된 이런 고급스러운(?) 녀석도 아니고 -_- 무려 모니터 일체형의 단말기같은 놈이었다. 이미지조차 구할 수가 없어서 일단 이녀석을 붙여놨다.



어디서 지원받은건지... 아무튼 이 놈을 수십대 가져다 놓고는... 학교에서 '컴퓨터반'이라는 것을 조직했다. 여기 들어가게 된 것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어 버렸다.

뭐 전원을 켜면 저절로 베이직이 로딩되고, 텅 빈 화면에 정사각형의 큼지막한 커서가 깜빡거리던 SPC-1000으로 베이직 문법을 배우다가... 5학년 때였던가... 학교에 XT가 보급되었다. 현대에서 나왔던 슈퍼-16E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우오오오~ SPC-1000과는 기능이 비교가 되질 않는 녀석이었다. 아무리 기능을 확장하려 해봤자 베이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SPC-1000이 기껏해야 '교육용 컴퓨터'였다면, 이녀석은 DOS 기반 위에서 광범위한 기능 확장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개인용 컴퓨터'였던 것이다.

부모님이 큰맘 먹고 이걸 한대 사주셨다. 내가 가져본 최초의 컴퓨터였다. 야호~

이녀석으로 내가 한 짓은... 훗훗훗 -_- 물론 게임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본 프로그램은 SPC-1000으로 짠 '가위바위보' 게임이었고, 컴퓨터반 수업 시간에 몰래 테이프로 로딩한 '벽돌깨기'를 즐기곤 했던 나는... 이미 컴퓨터로 즐기는 게임에 반쯤 환장해 있었던 것이다 -_-

DOS 기반에서 돌릴 수 있는 게임들은 SPC-1000의 바리에이션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게임을 복사해주는 컴퓨터 가게(이런 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요즘도 있을까?)를 전전하며 영어 실력도 안되는 주제에 별의별 게임들을 다 가져다가 돌려보곤 했다.

여담이지만 6학년 때 영어 사전을 펼쳐놓고 플레이했던 울티마6이 내가 최초로 접한 RPG였다. 그 때의 감동이랄까... 두근거림이랄까...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결국 끝끝내 엔딩은 보지 못했다... 초등학생한테 뭘 기대하겠는가 ㅎㅎㅎ 그래도 룬을 3개까지인가는 구했던 것 같은데...



그러다가 접하게 된 게임... 처음으로 해보게 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바로 F-15 Strike Eagle II였다!!!

아직 게임 장르의 구별도 제대로 할 줄 몰랐던 나에게 있어, 처음 접하는 장르는 곧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다. 처음 접해본 RPG - '울티마6'이 그러했고, 처음 접해본 어드벤쳐 - '래리(몇탄이었더라... 음 이건 처음 접해본 성인물이라고 해야할까 -_-)'가 그러했듯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역시 내게는 매우 신선한 것이었고, 미칠듯한 호기심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우오오~ 이 스크린샷은 칼라잖아! 하지만 그 때 내가 썼던 XT는 흑백이었다 OTL



전투기의 파일럿이 된다... 초등학교 6학년의 꼬마 아이에게 그보다 가슴 설레는 일이 어디 있었겠는가. 정말 미친듯이 플레이 했었다...

나름대로 머리 속에서 해맑은 순수함으로 가득찬 무용담을 그려가며...

어째서 내 F-15 한대가 적의 방공망을 초토화시키고, 적기 수십대를 기관총으로 떨구는 말도 안되는 무용을 펼칠 수 있는거지? 그야 모두 내가 잘나서 그렇지!!! 나는야 최고의 파일럿~ Eagle Kang~!!!

... 어라?

... Eagle Kang?? 이글 강???

그렇다... 당시 이 게임은 유저로 하여금 '콜사인'을 입력하길 요구했고... 나는 딴에 멋있는 이름 고른다고 영어 사전 뒤져서 선택한 것이 '독수리 - Eagle'이었던 것이다 -_-;

내 성이 강씨니까... 콜사인 Eagle Kang -_- 탄생!

...

... 아... 안돼 -_- 허무함에 얼어붙지 말아요 당신 -_-

...

... 시간이 흘러 94년... 때는 고1... PC통신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ㅅ-; 천리안에 접속하려니... 아이디를 만들라네? 그 때 처음 만들었던 아이디는 사실 EagleK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글 강'이지 '이 글강'일 리는 없지 않은가?

천리안에서는 ANSI 동호회에서 활동했었다. 실로 순수하게 잡담 채팅으로만 밤을 지새던 그 때... 온갖 말장난질로 가득했던 그 때, 친한 사람들과 '안시동 이씨 가문'이라는 것을 만들었었다 -_-;;;

큰형이었던 '이춘', 지금은 애가 둘 딸린 아줌마가 된 '이슬비' 누나, 한번 보자보자 해놓고 결국 못보고 있는 동생놈 '이체리'... 그리고 나 -_- '이 글강'이 그 구성원이었다 ;;; (더 있었던가?)

... 이 때부터 '이글강(EagleKang)'이 아니라 '李글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영어로 하면? (Ea)GleKang이 되는거지 -_-;;;

이렇게... 'glekang - 글강'이라는 문법 미상 정체 불명의 해괴망칙한 아이디 - 닉네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내 본명보다도 나를 글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아져 버렸다 -_-;;; 거의 모든 인간 관계가 '글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뭐 시간은 흘러흘러... 이제 안시동은 사라지고... 그 때의 인연들도 거의 다 멀어진 지금... 남은 것은 그 때 얻은 이름 하나 뿐이다.

그 때부터 난 '글강'이었다. glekang... 글강...



PC통신이 과거의 것이 되고, 인터넷이 보다 확고한 가상 세계를 구축한 요즘에 이르러서도... 아직 PC통신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나는 그 때 얻은 이름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나를 증명한다.

조금은 유치하게 시작되어... 10대의 소중한 기억이 남긴 유산같은 내 이름... 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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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shiel | 2005/04/18 20: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강님 혹시 BlackLotus의 글강님 이세요? 으... 제가 Youjeen인데 거의 확실하게 맞는 거 같네요. 웽님의 덧글도 보이고...;;; 이렇게 뵙게되서 정말 반갑네요. ^^;
글강 | 2005/04/18 21: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으겍 ; 유진님이셨군요 ㅎㅎㅎ
이런 식으로 또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
★wendy | 2005/04/19 16: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엑@,@ 유진님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왕림하여 주시공..
와우에서 뵈요~~~ 아하하하하
永革 | 2005/04/20 13: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강님 블로그는 여기였군요~ 트랙백 덕에 찾아 왔습니다.
플라잉 시뮬은 키보드 조작의 압박으로 엄두가 안 나던더라구요. ㅎㅎ
가끔 들리겠습니다~ ^-^
글강 | 2005/04/20 14: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永革 //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goolbee | 2005/07/05 22: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연까지 담긴 재미있는 이름이군요 ^^
블로그 스킨도 아주 멋지십니다
히요 | 2005/08/11 12: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카이만이 'glekang 이라 적어놓고 글강이라 읽는다고 우기는 건 우리가 아는 글강 뿐'이라고 했었는데...
그거 정말 원형복원해보면 '글강' 이라 읽는 게 맞는 거였구나. '이글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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