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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 2005/05/16 13:48, Game]
2003년에 썼던 글의 리메이크. 그 글을 그대로 퍼오기엔 좀... 난잡하다. 차라리 다시 쓰고 말지 ( --)



1. 정글의 지존


잠시 동물의 세계로 떠나 유치한 상상을 해보자. 정글의 지존은 누구일까?

정글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은 누구일까? 사자는 초원에 서식하고 있으니 일단 제외하고... 호랑이? 혹은 아나콘다나 악어일까?

... 이런 내용으로 돈지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 -_-



디스커버리 채널의 'Animal Face-off'에서 어느 녀석이 최강자로 등극했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먹이사슬 피라미드'에서 가장 정점에 위치하는 육식 동물이 정글의 지존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유연하고 민첩한 운동신경, 강력한 힘을 고루 갖춘 사나운 짐승이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2. 인간 사회의 지존


동물의 세계는 끝났다. 인간의 사회로 채널을 돌리자. 인간 사회의 지존은 누구일까?

인간 사회에도 정글의 법칙은 존재한다. 강력한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강자가 상대적으로 약자들을 수탈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인 것이다.

그럼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인간 사회의 지존일까? 침팬지-_-가 인간 사회의 지존인걸까?

<b>'혹성 탈출'</b>의 재림 -_-



한없이 비참해지는 심정으로 이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대략 학살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서 인간 사회의 지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 사회의 지존은 '힘'보다는 '포용력''관용', 그리고 깊은 '학식''통찰력', 여기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권위'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끔 인도하는 '통솔력'을 갖춘 사람이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3. 가상 사회의 지존


온라인 게임... 특히나 MMORPG의 경우, 그 안에 가상의 사회가 구축되게 마련이다. 흔히 '커뮤니티'라고도 불리우는 이 가상의 사회 역시 결국은 '인간의 사회'라 할 수 있다.

파릇파릇한 동심이 바글거리는 사회... 일까나 과연 -_-



하지만 가상 사회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지존은 과연 '정글의 지존'에 가까울까, '인간 사회의 지존'에 더 가까울까?

내 관찰의 안타까운 결론은 가상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성'을 버리고 '정글의 지존'이 되기 위해 무한 질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위 '1등병'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애초에 게임을 개발할 때 사회 구조 자체를 '약육강식의 정글 모델'로 구축하는 데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시욕과 호승심만을 무한으로 자극하며, 주변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인식하게끔 유도하는 게임 시스템은 멀쩡한 '인간''짐승'으로 격하시키며, 정글 속으로 몰아넣는다.

왜 이렇게 사니...



이에 따라 '협동'보다는 '경쟁'이, '이해'보다는 '모략'이, '선의'보다는 '악의'가 판을 치는 사회가 구축되어 버리는 것이다.

돈벌기에는 좋다. 오직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하여 건강 악화를 무릅쓰고 충혈된 눈으로 긴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는 중독된 유저들, 이것 만으로도 부족하여 다른 사람이 보유한 아이템을 약탈하기까지 하는 충성(?) 유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은 보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일까. 개발자들은 진정 이런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일까.

뭐 인간도 근본적으로는 '동물'이니 그 안에 '약육강식의 본능'이 숨어있게 마련이고, 게임을 통해 이러한 본능을 가상으로 충족시킨다... 라고 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저들은 진정 '정글의 지존'이 되는 것이 즐거운 것일까? 그 피말리는 약육강식의 아귀다툼이 과연 본능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4. 지존의 추억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DAoC, 다옥)'이라는 게임이 있다. 지금은 계속된 패치와 업데이트를 통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과거 다옥은 '정글의 지존'이 존재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내 글에서 참 자주 등장하는 게임이다



물론 다옥에도 최강이라 불리우는 아이템 세팅이 존재하고, RP라는 포인트를 쌓으면 특수한 스킬 - 렐름 스킬 - 을 획득할 수 있는 등, 강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최강 아이템으로 도배하고 렐름 랭크가 10랭크에 이른다 할지라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임이 다옥이다. 다옥의 최종 컨텐츠라 할 수 있는 RvR(렐름 전쟁)은 언제나 수십 수백명 단위의 전쟁이고, 그 안에서는 아무리 최강의 아이템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라 할지라도 아군과의 '협동' 없이는 적 2명의 협공도 견뎌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다옥에서의 지존이란 무엇일까?

'다옥의 지존은 친구 리스트를 가장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옥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캐릭터의 강력함'이 아니라 유저 자신의 '인간 관계'이다.

어느 캐릭터이든 모든 역할을 다 할 수는 없게끔 게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에,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친목 그룹'의 힘은 강력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인간 관계를 그만큼 쌓았다는 것은 곧 다옥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긴 시간 여행과 사냥, 전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숫자로는 산출할 수 없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캐릭터의 '레벨업'과는 별도로 유저 자신도 어느새 점점 '성장'을 하게 되며, 이것은 곧 훌륭한 '통솔력'으로 이어진다.

렐름과 렐름 간의 전투를 할 때 많은 경험으로 전장의 지리와 적들의 이동 경로, 전략을 파악하는 총지휘자와, 같은 부대원들 사이에 인간 관계로 이어진 신뢰가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면...

백전불패(百戰不敗)는 못한다 할지라도 분명 백전불태(百戰不殆)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리더'야말로 진정 다옥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유저를 나는 본 적이 있다. 지금은 게임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몇년 전 다옥의 '미드가드' 렐름에는 'NewOrder'라는 유저가 있었다.

그는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렐릭 레이드'를 총지휘하여 몇번이고 미드가드에 승리를 안겨준 사람이었으며, 다른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그 명령을 따르게 하는 권위를 가진 유저였다.

수백명의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한사람의 명령에 따라 매복과 시간차 공격, 전술 이동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이런 것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자발적인 권위 부여'는 곧 내가 생각하는 '인간 사회의 지존'과 일맥 상통한다.

이야말로 가상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진정한 '지존'의 바람직한 한 예가 아닐까?



5. 인간의 사회를 기대한다


온라인 게임의 재미 요소는 '컴퓨터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는 데에도 일정 부분 존재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과 협동한다'는 점일 것이다.

개발자는 이 둘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어 가상 사회를 구축해야 하는 걸까?

물론 정답은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MMORPG들은 너무 '경쟁' 쪽에만 무게가 치우쳐져 있는 것은 아닐까?

각박한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가상 사회에서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가상 사회는 어떤 것이길 바라는가?

현실 세계보다도 더욱 각박한 '약육강식의 정글'을 바라는가? 아니면 현실 세계보다도 더욱 이상적인 '인간의 사회'를 원하는가?

나는 '인간의 사회'를 기대한다.

이렇게 즐겁게 놀아보잔 말이다! ... 비록 이건 <b>'소떼의 사회'</b>이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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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革 | 2005/05/16 14: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MMORPG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지휘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하나의 집단의 수장이 명확히 정해져 있으면 지휘계통이 확립되지만, 몇 개 길드의 연합이라도 되면 사방에서 난무하는 지시.. -_-; 그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라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지존의 권위를 인정받을만하다 싶습니다. 하하.
글강 | 2005/05/16 15: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죠... 다옥의 뉴오더님 이후로는 아직 저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몇번 못 본 듯 싶습니다 :)
고어핀드 | 2005/05/16 15: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우 같은 경우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인간의 사회 아닐까요? 정예 퀘스트를 함께 할 만한 사람은 길드 아니면 구할 수가 없으니 최소한 그 안에서는 잘 해야 하니까요. 살게라스처럼 작은 서버에서는 더더욱.
글강 | 2005/05/16 16: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우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 다만 '호드'와 '얼라이언스'라는 공동체 단위의 결속력을 더 강하게 해줄만한 기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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