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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 2005/06/10 18:41, Game]
A : xxx라는 MMORPG 어떤가요? 재미있나요?

B : 아 그거 쓰레기에요. 30분 해보고 바로 언인스톨 ㄱㄱ

C : 겨우 30분 해본 것을 가지고 쓰레기로 평가하다니 너무 하는거 아냐?

B : 30분 해보면 대충 다 보이더만... 게임 한두번 해보냐?

C : 네가 게임을 알면 뭘 얼마나 안다고... %)@*#)*@#)$!!!

B : 뭐라? 이런 $*_#@$*)#$*)#@!!!

... 생각해보면 게임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개싸움의 시작은 참 다양하기도 하다.


MMORPG를 달랑 30분 해보고 언인스톨 해버린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실로 서글픈 말이 아닐 수 없다.

'조금만 더 키우면 이용할 수 있는 이러저러한 컨텐츠들을 준비해 뒀건만 그걸 못견디고 지우다니!'

... 라는 분노의 일갈이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일단 잠재우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30분 해보고 언인스톨 했어요'는 사실 유저 커뮤니티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말이다.

단순히 '이런 끈기없는 것들...'이라 중얼거리며 외면하기엔 결코 적지 않은 유저들이 초반 30분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초반 30분 동안에 유저에게 지속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1. 당연한 이야기


세상 만사에 다 적용되는 이야기이지만, '첫인상'은 무척 중요한 것이다. 유저가 처음으로 게임을 접하게 되는 시점, 그 시점에서 어떤 첫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그 게임의 인기, 생명력, 관심의 정도가 천지 차이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처음 게임을 공개할 때엔 최대한 '완성된 모습', '개성있는 컨텐츠'를 유저에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치명적인 버그는 공개 이전에 당연히 다 잡혀 있어야 하며(자잘한 버그들까지 잡는다는건 다들 알다시피 절대 불가능이고), 핵심 컨텐츠들은 공개 시점에서 당연히 구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꽤 치명적인 버그이기는 한데... 동시에 참 잡기 힘든 자잘한 버그이기도 하다. 세상만사 애매모호 -_-;;;



MMORPG로 말하자면 이 공개 시점은 '오픈 베타'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유저에게 첫선을 보이는 것은 '클로즈 베타'라고 할 수 있지만, 공개적인 첫선은 오픈 베타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울러 사전 홍보에 의한 공개 역시 제외한다.)

그런데 이 오픈 베타의 시점에서 클라이언트, 서버의 안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노출되고, 핵심 컨텐츠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발생할만한 문제들은 제외)

30분 하고 지우는 거다. 나라도 그런다.

즉 소위 말하는 '알파 테스트 수준으로 클로즈 베타하고, 클로즈 베타 수준으로 오픈 베타하고, 오픈 베타 수준으로 상용화하는 게임'의 경우 유저가 30분만에 외면한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뭐 이러한 '성급한 오픈'은 사실 흔한 일이고, 주로 '투자자'의 압박에 의해 개발자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유저가 이런 내부 사정을 알 리 없잖은가? 유저는 단지 아웃풋만을 평가할 뿐이다. 개발자로서는 억울하지만, 유저가 30분 만에 언인스톨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유저에게 강력한 첫인상을 선사하는 데에 있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으로 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이다. 실로 당연한 이야기, 따라서 이런 '미완성작'들은 아예 논외로 친다.



2. 10분의 임팩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픈 베타를 실시함에 있어 그 게임이 '오픈 베타 수준' - 최소한 95%의 완성도를 가진 - 이라는 것을 전제할 때,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유저에게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하기 위해 주어지는 시간은 대략 10분이다.

이 10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단계) 동영상을 활용하라!

인간의 5감 중 게임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시각''청각'이다. 따라서 일단 유저의 눈길을 끌고,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화려한 동영상을 활용하여 유저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화려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동영상에 '개연성'을 담아야 한다. ([국산 MMORPG에는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의 '1-2. 개연성' 참고)

즉 이 게임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가? 그 세계관 속에서 유저는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가? 유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동영상에 담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유저는 이를 통해 시각, 청각적 충족을 느낌과 동시에, '게임 내에서 난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하게 되겠군!'이라는 기대감 - 몰입감을 가질 수 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실낱같던 신뢰의 끈은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라는걸 생각하기 보다는 이 누님에게 더 눈길이 가게 되던가?



2단계) 컷씬의 활용

하지만 동영상이라는 것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을 소모해야 '요즘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영상 한편을 겨우 제작할 수 있다.

따라서 거대 개발사가 아니고서는, 동영상을 활용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컷씬이라도 활용해보자.

사실 컷씬이란 동영상도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여기에서는 스크립트를 사용하여 게임 플레이 화면 자체에서 마치 동영상을 보는 듯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WOW를 예로 들자면 처음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할 때, 카메라가 강제로 이동하며 나래이션이 출력되고, 자연스레 게임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컷씬을 통해 훨씬 저렴한 비용, 인력, 시간으로 동영상이 발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팩트를 선사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단계) 튜토리얼!!!

동영상보다는 임팩트가 약하고, 컷씬 정도의 임팩트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튜토리얼이다.

하지만 개연성을 부여하고, 유저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 있어서는 오히려 가장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튜토리얼이기도 하다.

즉 유저에게 세계관과 역할을 설명함에 있어, 유저가 직접 정해진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하며 이를 습득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동영상, 컷씬이 유저의 참여 없이 일방적인 시각, 청각적 임팩트를 선사한다면,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은 자연스레 게임 플레이로 이어지는 강력한 상호적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다.

마비노기! 모범 답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초반의 10분은 대략 위의 3가지 방법 - 혹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방법? - 으로 소모되는 것이 좋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서기에 앞서 어떻게든 유저가 '이 게임 해볼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품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실적 여건상 동영상이 힘들다면 최소한 컷씬이나 튜토리얼이라도 반드시 갖춰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 바로 게임 플레이로 넘어간다면...?

그런 게임들은 십중팔구 광활한 필드 위에 캐릭터를 떡하니 떨궈놓고, 그 옆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라기 보다는 흔히 죄없는 -_- 동물)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칼날을 겨눌 것을 강요하곤 한다.

내가 왜 얘네들을 죽이고 있는걸까?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를 괜히 때려잡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이런 상황에서 몰입감이라...? 글쎄... 그런걸 가져주는 유저들이 오히려 지나치게 착한 것이 아닐까 싶다.



3. 20분의 생명력


인간은 시각과 청각에 쉽게 좌지우지되지만, 또한 동시에 간사하게도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리 화려한 시각, 청각적 임팩트를 초반 10분에 선사했다 할지라도, 이후 20분간 이어지는 실제 게임 플레이에 초반 임팩트로부터 이어지는 '생명력'을 불어넣지 않는다면, 유저는 그 20분을 채 소모하지도 않고 바로 언인스톨을 해버릴 것이다.

그럼 시각, 청각적 임팩트를 10분에서 멈추지 말고 계속 선사하면 되지 않는가...?

즉 캐릭터를 무지하게 예쁘게(야하게?) 만들어서 시각을 자극하고, 화려한 이펙트를 펑펑 터뜨리며 지속적인 시각, 청각적 자극을 준다면...?

... 좋냐? 난 지겹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원래 간사한 동물이라 금방 질린다. 즉, 시각, 청각적 자극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명백히 단기적 효과일 뿐이며, 결코 게임의 장기적 생명력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20분이 1시간이 되고, 1시간이 하루, 하루가 한달이 되게 만들 것인가?

'컨텐츠'밖에 없다.

컨텐츠란 곧 전투, 이동, 퀘스트, 하우징, 생산, 트레이드, (심지어 현질까지 -_-) 기타 등등... MMORPG의 배경 세계 - 즉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세상에 컨텐츠 없는 MMORPG가 어디 있느냐고?

맞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 중에서 개성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는 점을 유저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30분만에 잊혀지는 대부분의 MMORPG들이 가지는 문제점은 30분 동안 지나가는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는 데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30분까지 가지도 않는다. 게임 시작하자마자 퀭한 필드에 떡하니 떨궈진 채, 옆에서 몬스터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임은 5분만에 언인스톨이다. 뭐 업무상 분석을 위해 플레이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물론 아무리 사냥이 주된 컨텐츠인 게임이라 할지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끝까지 우려먹을 수는 없다. 게임을 후반부로 진행해 나아감에 따라 유저가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의 양은 점점 늘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유저들이 '후반부로 진행해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미 수많은 MMORPG에서 닳고 닳은 '사냥' 컨텐츠로 20분을 소모한 유저들이 가지는 생각은...

A : 좀 더 진행하면 뭔가 나오겠지 - 착한 유저들이다. 개발자는 이런 유저들을 기대하겠지만...

B : 뭐야 이거? 또 xxx랑 판박이잖아? 언인스톨 ㄱㄱ - 개발자에게는 악몽이 되는 유저랄까...?


A와 B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사실 나처럼 극단적으로 B에 가까운 유저는 드물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는 착한 유저들이 많아서 A쪽에 근접해주는 유저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 사냥이 20분을 넘어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될수록 B로 옮겨가는 유저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개성적이라고 내세우고 싶은 컨텐츠가 있는가? 그럼 그것을 초반 20분 내에 배치하고 유저를 그 컨텐츠로 유도하라. 그리고 유저가 게임을 후반부로 진행해 나감에 따라 그 컨텐츠가 더욱 심화되고,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게임을 디자인하라.

그것이 게임에 장기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고, 유저들은 20분을 넘어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어도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게임에 빠져들 것이다.

흔히 고렙 컨텐츠로 활용되는 것이 하우징(housing)이지만 EQ2에서는 저렙 때부터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다. 집을 가꾸고 싶으면? 생산 컨텐츠와 연계하라. 물론 전투 컨텐츠로도 확장된다.



그럴만한 컨텐츠가 없다고? 그럼 이 게임을 왜 개발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부터 다시 던져봐야 할 것이다.

MMORPG는 '반드시' 컨텐츠로 가득찬 보물 창고여야 한다.



물론 동영상이고, 컷씬이고, 튜토리얼이고... 컨텐츠가 어쩌구 저쩌구 해봤자 '일련의 것들을 만들 여건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간단히 말해 '이러저러한 것들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위에서 '그 비용은 네 연봉에서 깔까?'라고 하면 거기서 끝인 것이다.

언제나 똑같은 결론. '현실의 냉엄함은 원론을 제압'한다.

하지만 미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 지금 당장은 '30분의 법칙(?)'을 현실로 옮길 수 없을지라도, 가슴 속에 항상 이를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어쩔 수 없이 만들지 못하는 현실'이 주는 안타까움을 잊고, 거기에 안주해 버리는 것이다.

만들 수 있을 때엔 반드시 만들 수 있도록... 생각의 고삐는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뭐 이건 나 역시 포함되는 이야기지. 모두 고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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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딘 | 2005/06/10 19: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딴소리지만, 저 마비노기 튜토리얼에는 이스터에그가 존재합니다. 남자 캐릭터를 선택한 다음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면 나오의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죠. 마비노기를 플레이하는 남자들의 로망은 "한번만 만져보면 안될까요" 입니다! (실제로 저게 대사 선택문으로 나옵니다;;;)
글강 | 2005/06/10 19: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오! 그런 멋진 이스터에그가!!! 마비노기 개발자한테 따지러(?) 달려갑니다!
| 2005/06/10 23: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永革 | 2005/06/11 16: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 그게 이스터 에그였군요. ;; CRPG 하던 버릇대로 대화하다 보니 턱 튀어나오던데. 음. 그러고 보니 그 대화를 하고 나면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할 경우 그 대사가 현실로 다가 올 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주겠군요. -.-
Crazy~Soul | 2005/06/12 02: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리카스 게시판을 통해서 왔다가, 잠깐 둘러본다는 게 그만 글을 다 읽어보고 갑니다 -_-;
방명록을 남기는 곳이 따로 없어서 여기에 댓글로 다네요. 좋은 글들 많이 읽었습니다. 이상한 마을의 과일장수 얘기가 참 재밌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글강 | 2005/06/13 10: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이쿠 졸문들을 좋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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